“왜 이렇게 이뻐. 오구, 오구오구.” 석진은 제 손가락 3개 안에 다 들어올 것 같은 작은 아들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며 연신 미소 짓고 있었다. 검지로 입가를 톡톡 치면서 말이다. 우리 애 배고픈가? 엄청 오물오물하는데? 밥 또 줘야하는 건가? 그리 묻는 석진에 지민은 텅 빈 젖병을 흔들어 보이며 이거 다 마신지 10분도 안 지났거든요? 라며 쌜쭉한 표...
“야, 너무 맛있다 이거!” “그치? 회사 직원이 줘서 먹었는데 맛있어가지고. 박스로 샀잖아.” 오랜만에 주전부리를 잔뜩 들고 찾아온 태형은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도 훨씬 크기가 커진 지민의 배를 빤히 바라봤다. “너 진짜 배 엄청 크다. 농구공 집어넣어둔 거 같다.” “만져볼래?” “만져도 돼?” “웅. 달이가 빵빵 찰 수도 있어. 달아, 삼촌이야. 삼촌....
“지민아. 지민아. 아직. 아직 눕지 마. 응?” “으응..” “지민아, 오분마아안!” 아직 씹던 귤을 다 씹어 삼키지도 못하고, 손에는 입에 채 넣지도 못한 귤의 반쪽을 쥔 채로 고개를 꾸벅꾸벅 거리며 뒤로 넘어가려는 지민의 모습에 식사를 마친 테이블을 정리하던 석진이 냅다 뛰어나왔다. 식사 후 뒷정리를 하는 동안 후식으로 과일 먹으라고 귤이랑 키위 몇 ...
“우웁-.” 지민은 신물이 올라오는 타는 식도를 움켜쥐며 헛구역질을 했다. 결혼식 이후로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야근을 이뤄내고 있다지만 근래 들어 부쩍 솟구치는 구역질에 지민은 변주임을 향해 원망의 눈초리를 보냈다. 왜냐면.. “..뭐야?” “진짜.. 죄송한데요, 주임님.. 어제도 안 씻으셨어요?” 안 씻으셨어요? 도 황당한데, 어제도? 어.제.도오오오?
“흐으엉.” “왜, 왜. 왜 지민아, 응? 왜.” 드레스를 입는 신부들은 거동이 불편한 탓에 신부대기실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곤 한다지만, 수트를 입는 오메가들은 거동이 자유로운 덕분에 신랑과 매한가지로 입구에서 하객을 맞이하는 편이었다. 그렇기에 준비를 모두 마친 석진과 지민은 시간을 가늠하며 5분 뒤에는 대기실에서 나서기로 했던 것인데. 갑자기 지민이 ...
“아니 스무 살부터 만난 사람이랑 쭉 연애하다가 결혼까지 한단 말이야? 10년 연애도 아니고? 그 연예인 누구냐. 그 커플 못 봤어? 거기 커플은 20년 째 연애만 한다잖아. 20년을 만난 사람들도 연애만하는 마당에. 얼마나 만났다고 결혼이야, 결혼은? 그러다가 나중에 후회한다, 지민씨? 자고로 사람은 여럿을 만나봐야지. 한 사람만 그렇게 만나는 게 좋은 ...
“지민아 9월 말이 낫겠지?” “웅? 뭐가?” “우리 결혼.” “..우리 결혼해?” “..안 해?” 어? 아니 하기는 할 건데. 9월 이렇게 이야기가 나오니까 당황스러워서? 라는 지민의 말에 석진은 그저 싱긋 웃으며 그러면 9월 하자라고 답할 뿐이었다. 7월은 너무 촉박하고. 8월은 너무 더우니까. 그리 덧붙이면서 말이다.
“이거, 이거 진짜 불공평한 거라고.” “어차피 변주임님은 프로젝트 메인 맡으실 생각도 없었잖아요.” “무슨 소리야! 맡겨만 주면 나도!” 나도 뭐. 발 뺏겠지. 그리 생각하며 지민은 회로 BOM을 토대로 데이터시트를 하나, 하나 수집 중이었다. 입사 3개월 차의 박지민군은 현재 거지같은 사수를 만나 하루에 수십 번은 아니어도 대여섯 번 이상은 똥개 훈련 ...
죽상이 되어 차에 올라타는 지민의 얼굴에 빙그레 웃으며 지민을 맞이하던 석진의 얼굴조차 울상에 젖어들었다. 지민아, 왜. 응? 바로 차를 출발 시키는 대신에 지민의 얼굴을 매만지며 석진은 지민의 안부를 물었다. “자기야..” “응? 응.” “너.. 회사에서 후배한테 찝쩍거리고 그러면 진짜 죽여버린다..” “..어?” 하아, 출발해. 자기야 라고 말을 하며 ...
지민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연수원 생활을 끝내고 배치된 부서로의 첫 출근 날이었다. 그 사이에 집도 옮기고(이쯤 했으면 나를 놓아줘야 하지 않니? 라는 태형의 목소리를 묵살하며 지민은 나 결혼하기 전까진 너랑 살 거야-를 시전 했다.) 해가 바뀌어 온통 새로운 기분으로 지민은 현관을 나서려 했다. “잘 다녀와라~.” “너도 곧 나가야 하지 않니?”...
"지민아, 이번 주말에." "주말에?" "정국이 와서 같이 지내." "뭐?! 왜?" "그야, 엄마아빠랑 정국이네랑 여행가니까 그렇지. 너도 혼자 있기 무서울 테고, 정국이도 그럴 테니까." 나 하나도 안 무서워. 내가 유치원생도 아니고 이제 곧 성인이 될 날이 몇 년 안 남은 고등학생이거든? 나 혼자 집 볼 수 있어! 쓸데없이 왜 걔랑 지내라 그래! 두 눈...
길다고 느꼈던 여름 방학이 끝나고, 개강의 날이 다가오고 말았다. 아, 내가 왜 미쳤다고 1교시 수업을 넣어놨을까, 라는 자괴감에 몸서리치며 태형은 온 몸을 휘감은 짜증을 겨우 털어내며 학교를 향해 집을 나섰다. 원래 모닝커피는 잘 안하는데, 강의실에 가는 길목에 놓여있는 커피숍이 눈에 밟힌 건. 악연을 시작시켜주려는 신의 계시였을까, 무엇이었을까. “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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